조정현 선생님께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서 휴가를 생각나게 하는 오후입니다.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전화로 인사를 드리는것이 도리인줄 알지만 바쁘실거란 예감이 들어 두서없이 드리는 글이라 생각하시고 편안히 읽으시기 바라며, 아마도 이글을 받아보실즈음엔 충분히 한가하신 시간이라 믿습니다. 사실, 그 흔한 연애편지는 커녕, 초등학교시절 국군장병위문편지마저도 친구에게 대필을 부탁할 정도로 편지엔 문외한인 제가 감히 박사님께 글을 드리게 되니 몹시도 어색하고도 송구스러울 따름이나 차분히 사연을 전하는데는 편지만큼 진솔할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제옆에는 집사람 그리고 아들과 딸이 오손도손 재잘거리며 책을 읽고있는가 하면 박사님께서 사주신 장난감(고맙습니다.)을 가지고 놀고있습니다. 박사님의 은혜가 아니었더라면 오늘의 이 화목함은 상상도 못했으며, 극단적인 결과에까지 이르지않았겠나하는 두려움마저 드는군요. 저희를 위하여 애쓰신 그 자상함과 열의에 어떻게 보답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땅에 수많은 부부고민의 해결사로써 지금도 애쓰시는 박사님의 노고를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박사님께서 베풀어주신 호의에도 불구하고 일전에 부산을 방문하셨을때 좀더 자연스럽게 대해드리지 못한 저 자신이 후회스러웠고 시간이 좀더 허락되어 저녁이라도 함께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날도 어렵게 오셨으리란 생각이 들며, 농담이셨는지는 모르나 공무원은 정년이 있어 좋고, 의사는 정년이 없다며 저를 부러워하시던 박사님의 표정이 기억납니다. 저역시 누구에게나 존경받으시고 평생 공인으로써 직무를 다하시는 박사님이 부러웠습니다면 그것도 잠시, 얼마나 고뇌가 깊으시면... 하는 안타까운 느낌도 받았습니다. 성곡적시술, 최첨단연구도 중요하지만 박사님의 건강만큼 소중한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1년을 함께 지내고, 몇십년을 살아도 정들지 못하는 인연이 있는가하면, 박사님과 저희 부부와의 그것은 마치 아득한 옛날부터 지속되어 오지 않았을까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박사님께선 휴가계획을 세우셨는지요? 항상 바쁘셔서 왠 휴가? 하실지 모르겠지만..... 박사님의 건강과 만인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재충전이 필요하시리라 믿습니다. 혹시나 부산에 오실기회가 된다면 꼭 연락부탁드립니다. 박사님께서 보내주신 사진 잘 받아보았습니다. 다만, 박사님과 함께 찍은 사진이 없어 아쉬울뿐입니다. 아무쪼록 박사님 건강과 하시는 일 모두 잘 성취되시길 기원하며.... 이만 펭을 놓을까 합니다. 2000.7.17 부산에서 **아빠가 드립니다. 작성일  :  2003-08-18